1. 입사 첫날 충격의 신고식
제가 종사하는 업계는 술을 많이 마십니다. 진하게 마십니다. 독하게 마십니다. 아마도 외근을 많이 해야하고 외근에서 만날 사람들과의 잦은 술자리에 길들여진 습성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입사 첫날 술자리도 술에 대한 내성을 기르기 위한 통과의례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입사 첫날 회사 이곳 저곳 인사하러 다녔습니다. 낯선 곳에 막내로 입사한 터라 생경하고 피곤했습니다. 저녁시간대가 되니 바로 윗 기수들이 데리고 가더군요. 간단하게 저녁만 먹여 퇴근시키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꿈에도 못잊을 '지옥으로 가는 열차'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선배들이 술자리를 정렬시키더니 곧장 진한 폭탄주를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선배들의 의도는 입사 축하도 하고 이참에 기강도 잡고 후배들 술마시는 실력도 기를 목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깡으로 마시라고 강권하더군요. 한잔씩 폭탄주가 돌아가는 분위기였습니다. 분위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눈을 딱 감고 마셨습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더군요. 연이어 폭탄주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잔을 받아 마셨더니 속이 뒤집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도 또 마셔야 했습니다. 급하게 도망가듯 화장실로 갔습니다.
화장실에서 겨우 정신을 차려 다시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벌주로 폭탄주 2잔이 또 기다리고 있더군요. 이렇게 해서 폭탄주를 몇잔 마셨는 지, 입에다 넣긴 넣었는 지, 어떻게 마셨는 지 기억은 없습니다.
꽤나 여러 잔을 마신 것이죠. 그런데 당시 함께 입사한 동기들은 갓 대학을 졸업했거나 사회 초년병들이라 폭탄주를 처음으로 마셨습니다. 모두들 평소 술을 마실 기회가 없었고 술마저도 약한터라 폭탄주 세례를 감당해내지 못했습니다. 동기들이 하나 둘, 이곳 저곳에서 괴성을 지르며 나뒹굴기 시작했고 화장실을 들락거렸습니다. 선배들은 술이 약하다며 앞으로의 일들을 걱정하는 것 같았습니다. 희미한 기억속으로 그런 말들이 오가는 것 같았습니다.
2. 약속이나 한듯 황당한 길거리 외박, 온갖 웃지못할 해프닝 만발
동기들은 한 명 두 명 인사불성이 되어 그 자리를 가까스로 빠져나온 것 같았습니다. 저도 그 자리를 어떻게 빠져나왔는 지, 아니면 화장실 간다고 해놓고 빠져나왔는 지 모르지만 어떻게 빠져나온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선 너무 괴로워 뒤틀린 속을 어둠속에 이곳 저곳 실례를 한 끝에 어딘가에 누웠습니다. 그리고선 이내 정신을 잃었습니다.
머리는 아프고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에 눈을 떴습니다. 깜짝놀라 정신을 차려보니 사람들이 지하철을 타려고 걸어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인사불성이 되어 지하철역 입구에서 그대로 잠이 든 입니다. 그리고 아침이 밝았더군요.
초췌한 모습에 축 늘어진 몰골이 상상만 해도 가관이었죠.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지만 속은 여전히 뒤틀려 실례할 곳만 찾고 있었습니다. 겨우 정신을 차려서 택시를 잡아타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다음날이 쉬는 날이라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또다시 정신을 잃었습니다.
한편, 몇일 뒤 다른 동기들의 소식을 듣고선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더 황당한 경험을 했더군요.
한 동기는 육교위에서 잠들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지갑이며 겉옷까지 없어졌다고 합니다. 또다른 동기는 전봇대옆에서 잠이 들었던 모양입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머리부터 온 몸이 밤새 이 사람 저 사람 실례한 것들로 끔찍한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지저분한 몰골이 되었다는 것이죠.
동기들 중 집에까지 제대로 돌아간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모두들 거리에서 외박을 했습니다. 운나쁜 동기는 도선생이 몽땅 털어간 것이죠. 취객들의 실례세례를 받은 동기는 밤새 무슨 일이 있었는 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아침에 일어나 온 몸을 살펴보다가 아연실색했다고 합니다.
저는 그래도 운좋게 지하철역 지하도에 잠들어서 그나마 다행인 것 같았습니다. 당시 저를 본 사람들은 얼마나 한심한 사람으로 여겼겠습니까. 그래도 도선생과 마주치지 않은 것은 천만다행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장차림으로 밤새 지하도에서 누워잤으니 당시 저를 본 사람들은 얼마나 혀를 차며 지나쳤겠습니까.
3. 며칠동안 지속된 그날의 후유증
신고식 술자리 후유증은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밤새 속이 고생했는데 그 다음날 집에서도 계속 속이 뒤틀리더군요. 공휴일날 종일 화장실을 들락거려야 했습니다. 또한 속이 뒤틀려 아무것도 먹을수가 없었습니다. 부모님이 약국에서 술깨는 약이라고 사오셨지만 그 약마저도 속이 뒤틀려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이튿날, 그러니까 술자리가 끝날 다다음날 아침에야 겨우 정신을 차리고 죽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속이 뒤틀려 실례를 하도 많이 한 탓에 목이 쉰것입니다. 목이 붓고 쉬어 말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 목쉰 것은 몇일 동안 풀어지지가 않았습니다.
또 이른 봄이라 새벽이슬을 맞고 잠에 든 탓에 감기마저 걸렸습니다. 술이 약한 사람들에게 첫 신고식치고는 숱한 폭탄주 세례가 엄청난 후유증을 유발한 것이죠. 이렇게 입사 첫날은 참으로 황당하고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도 엄청난 사건아닌 사건이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 없고 황당한 일이지만 당시엔 회사출근 여부를 고민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일종의 '사건' 이었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떻습니까. 입사 첫날 조용하게 넘어갔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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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입사 1년 동안 내가 배운 것들
2008/10/31 20:51
제가 처음 회사생활이라는 것을 시작한지 오늘로 딱 1년째입니다. 와, 이 날이 오긴 할까 싶었는데 오는군요(웃음). 저에게 있어 지난 1년은 지금껏 살아오면서 겪은 그 어떤 1년보다도 긴 시간이었습니다.. -_-;; 뭐 딱히 이곳의 생활이 지옥같아서라(고 하고 싶기도 하지만 ㅋ)기보다는 처음 던져진 낯선 곳에서의 적응 기간이 정말 다이나믹했거든요. ^▽^ 오죽하면 저희 팀 언니는 제가 아직 입사 1년도 채 안됐다는 사실을 얘기하면.. "뭐? 아직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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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2008/10/31 10:43
잘못된 음주문화입니다.
“그간 우리에게 가장 큰 피해를 끼친 말은 바로 ‘지금껏 항상 그렇게 해왔어’라는 말이다.”
("The most damaging phrase in the language is: 'It's always been done that way.'"
-그레이스 호퍼- -
pupple0415 2008/10/31 12:50
우리나라의 잘못된 음주 문화중 하나가 바로 폭단주를
제조해서 마시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건강을 위해 폭탄주는 자제하는 것이 좋을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
고구마 2008/10/31 13:17
지성인이라는 사람들 사이에서 조차 잘못된 음주문화의 뿌리가 깊다는 건 참 슬픈 일입니다. 그리고 폭탄주 뿐만 아니라 술은 다 위험하고 나쁘죠.
저도 처음 사회생활 초년병 시절에 비슷한 일을 겪었었는데 제가 술에 취해 큰 추태를 부렸나봅니다. 그 때문에 선배들이 고생한 거 같은데 그 다음부터는 절대 술을 먹이지 않더군요. ㅋㅋ
제발 선배들은 사고칠 궁리부터 하기 전에 그 이후 일도 꼭 계획하시기 바랍니다. 술 못먹는 사람 죽기라도 하면 어쩔겁니까? 그것도 걍 장례 치르면 그만이라고 생각합니까? ㅋ -
Zune 2008/10/31 15:01
술 권하는 사회...
술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자기가 좋아서 자기주량껏 마시는게 아니라
자기가 권유하는것을 거절하기 힘든 상대방에게
억지로 술을 먹이는 것이죠.
대학이나 회사에서 신입들에게 그렇게 먹이는 술때문에
매년 꼭 죽는 사람들도 생기고...
그런 잘못된 음주문화는 대대로 이어져 내려가고...
잘못된 음주문화는 일종의 강요에 의한 "폭력"이라는 사실을
인지 못하는 게, 아니 인지하여도 그냥 그렇게 넘어가는게 문제죠. -
호루스 2008/10/31 15:08
한마디로 없어져야 할 폐습이죠.
담배 못피운다고 억지로 피우게는 안하면서 술은 못먹는다 해도 기어이 먹이는...
자랑할게 그렇게 없어서 술 먹는 걸로 자랑하는지...
영업에 쓸 요량이면 차라리 골프 몇 타 치냐고 필드나 한 번 나갈 일이지 말에요... -
한국인 2008/10/31 19:17
어떤 업종의 회사를 다니시는지 정말 궁금하네요, 그런 어이없는 술 자리를 기본으로 생각하는 상사들 밑에서 일하신다니 ㅡ.ㅡ
한국에서 반듯이 없어져야 할 불필요한 회식 문화, 상사의 무능함으로 인한 쓸데없는 야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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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백약 2008/10/31 22:29
제 형도 술을 엄청 못마시는데,
군대에서 사무실 장교 및 동료장병들과 술먹을 일이 있었다네요.
장교가 엄청 먹이길래 억지로 먹고는
'작정하고서' 다음날 대낮에 일어났댑니다. 다른데도 아니고 군대에서..
(같은 피가 흐르는 형이지만, 어디서 그런 배짱이 나오는지 저도 깜짝깜짝 놀랍니다)
장교는 자기가 먹여서 병사가 뻗었으니 어디다 말도 못하고,
덕분에 그후에는 제대할때까지 절대 술 안먹였다더군요. -
라오니스 2008/11/01 12:13
술로서 해결하려는 것이 좋은 문화는 아닌듯 합니다.
그런데 제가 입사할 때는 한달 넘도록 아무런 회식도 안하니까
이게 더 섭섭하던데요...ㅋㅋ -
TISTORY 운영 2008/11/06 23:05
안녕하세요.티스토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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