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6/18 08:11

위치이동과 절도는 다르다? …제 물건이 마구 돌아다닌다면?


“어, 이 출석카드랑 가정통신문 00것이잖아.”
“???”

어린이집을 다니는 아이의 가방을 꺼내 숙제를 점검하려면 자주 다른 애의 것이 눈에 띕니다. 그런데 아이는 무슨 뜻인지 모릅니다.

그도 그럴것이 한 남자애의 사물함이 우리애 바로 옆인데 자주 바꿔넣습니다. 장난으로 그랬는 지 아니면 잘 몰라 그렇게 되었는 지 모릅니다.

우리 애는 매번 영문을 몰라 이상하다는 표정만 짓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일어날 수 있는 바뀐 것이죠. 아이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다른 아이가 바꿔가면 바뀐채로 가방을 들고 옵니다. 그래도 참 사랑스럽니다. 비록 숙제를 못해가는 일이 생겨도 좋습니다.

반면에 아이를 보면서 군대시절의 아름답지 못한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 참 씁쓰레 합니다. 

1. 물건이 없어지면 그대로 채워라?
“지급된 보급품이 모자라잖아.”
“일석점호시간까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맞춰놔”

자고 일어나 일조 점호를 한후 개인 사물함을 열어보니 보급품 중 런닝의 개수가 부족합니다. 밤새 누군가 사물함을 손댄 것입니다.

하루는 자고 일어나 보니 수통이 없습니다. 밤새 누군가 수통을 가져간 것이죠. 이렇듯 보급품을 잃어 버리거나 부족하면 한바탕 홍역을 치러곤 합니다. 고참들에게 호되게 당합니다.

심지어는 점호시간에 얼차례 세례를 당합니다. 군대의 고참들은 누군가 물품을 가져가면 반대로 훔쳐서라도 그대로 채우라고 합니다. 아니면 심한 구타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당시엔 군대에도 물품이 참 부족했습니다. 저녁 일석점호 시간때엔 으레 당직사령이 물품을 검사하곤 했습니다. 점호시간에 깨지지 않으려고 고참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채우라고 합니다.

2. 위치이동? 도둑? 절도? 그 기준은 뭘까?
군대시절 필자는 보급품 때문에 여러 번 홍역을 치렀습니다. 많이 없어진 것이죠. 아무리 표시를 해두고 이름을 적어놔도 없어집니다.

그래도 남의 것을 가져다가 숫자만 채워놓으라는 고참의 지시를 따를 순 없었습니다. ‘절도’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럴때마다 고참들은 벌컥 화를 내면서 구타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중엔 ‘위치이동’이라고 가르치더군요. 군대에서는 위치이동만 있을 뿐이라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소위 말하는 ‘위치이동’이 수시로 일어납니다. 이름을 적어 놓아도 가져가 버립니다. 숫자만 채워놓으면 된다는 그런 사고가 깔려 있었습니다.

3. 위치이동? 절도?
우리 일상에서 일어나는 숱한 사건사고 보도내용중 얼마전 어떤 분이 산의 나무를 뽑아 가정용 조경수로 팔다가 적발된 것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분은 죄가 되는 줄 모르고 ‘위치이동’을 시켰다고 합니다. 

또 어떤 분은 란판매점의 비싼 난초를 가져다가 가정에서 키우다가 적발되었다고 합니다. 위치이동입니다. 그런데 엄연한 절도입니다.

사회의 위치이동은 엄연히 죄가 됩니다. 하지만 군대에서의 위치이동은 죄가 안되는 것일까요.

위치이동이 빈발하는 군대라는 사회는 필자에겐 참 힘든 나날이었습니다. 보급품이 돌고도는 그런 사회였기 때문이죠. 위치이동이란 개념에 참 힘든 생활이었습니다.

4. 제 위치에 있어야 제격
물건이 바뀌었든, 잃어버렸든, 누가 가져갔든 서로의 입장을 바꿔보면 어떨까요. 가져간 사람은 잃어버린 사람을, 습득한 사람은 잃어버린 사람을….

또 제 물건은 제자리에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제 자리에 제 물건이 없다면 이상하지 않습니까. 군대시절 한참 고참이 표시를 해둔 남의 보급품을 입고 다니는 것을 수시로 봤습니다. 그래도 졸병으로서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참으로 이상한 풍경이었죠.

최근 우리사회엔 제 위치에 있어야할 것들이 제 자리에 있지 않아 인상을 찌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얼마전 시위를 막으려 여러가지 시설을 배치시켜 놓은 것도 제자리가 아닙니다. 제 물건은 제 위치에 있을때 아름답습니다.  오늘알 우리 사회에 이런 것은 없을까요.

5. 오늘의 나는 제자리에 제대로 있을까?
스스로 자문해 봅니다. 현재의 위치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지, 현재 서 있는 그 자리나 역할이 바뀐 것은 아닌지.

사회적으로도 제자리에 있고, 제역할을 하고 있는 지 곰곰 생각해 봅니다. 어떠세요. 제 자리에 서 있습니까. 혹시 위치가 이동된 것은 아니시겠죠. 필자는 반성해봅니다. 그리고 돌아봅니다. 제위치에 서 있는 것인지, 제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오늘은 앞과 뒤를 돌아보지 마시고 현재의 위치를 다시금 생각해보는 그런 하루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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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군대에서는 왜 '다나까' 말투를 써야 하나?

    Tracked from Daum 지식 2011/11/21 00:16 delete

    친구가 백일휴가를 나왔는데, 가기 전엔 안 그랬는데말 끝에 "~요"를 붙여 말하는 걸 무지 어색해하네요 ㅋㅋ ~했습니다, ~했습니까 막 이래요 ㅋㅋ 왜 그러냐 했더니 군대가니 제일 먼저 '다..

  1. 아르테미스 2009/06/18 08:38 address edit & del reply

    위치이동? ^^;
    모든 절도가 위치이동?ㅎㅎ

    한번쯤 생각해 봐야할 문제인것 같아요.
    요즘은 뭐든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듯..
    즐거운 하루 되세요~

    • 세미예 2009/06/18 15:14 address edit & del

      예, 현장에서 적발되면 그렇게 이야기하곤 한답니다.

  2. 라이너스™ 2009/06/18 08:47 address edit & del reply

    위치이동..^^;
    하지만 구분되어져야하겠지요.ㅎㅎ
    좋은 아침되세요~

    • 세미예 2009/06/18 15:13 address edit & del

      그러게요, 제자리에 두지않고 위치를 이동시키려는 사람들이 있더군요.

  3. 달콤시민 2009/06/18 09:20 address edit & del reply

    아~ 아침에 정말 좋은 글이에요.. 지금 저의 자리를 돌아보는 것 ^^

    • 세미예 2009/06/18 15:13 address edit & del

      달콤시민님이야 워낙 모범이신데요 뭘.

  4. blue paper 2009/06/18 09:20 address edit & del reply

    요즘엔 그러면 큰일 난답니다 ^^;

    • 세미예 2009/06/18 15:12 address edit & del

      정말로 군대가 좋아졌군요. 당연히 그래야겠죠.

  5. 라라윈 2009/06/18 09:35 address edit & del reply

    보급품 잃어버리면, 서로 남의 것을 가져다 채우는 악순환이 일어나겠군요....ㅡㅡ;;;;
    흠칫한데요.....
    이야기 읽으며, 물건의 제 자리뿐 아니라
    사람의 제 자리에 대한 이야기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게 되네요...

    • 세미예 2009/06/18 15:12 address edit & del

      예전 군대시절엔 물건이 돌고 또 돌았습니다. 행군하다가 총마저도 돌고돌아 발칵 뒤집어진 일도 있었습니다.

  6. 토토 2009/06/18 09:43 address edit & del reply

    현재 군에 있는 아들이 주는 소식에 의하면
    예전보다는 훨씬 줄어들어서 그부분은 마음고생이 거의 없답니다^^

    • 세미예 2009/06/18 15:11 address edit & del

      정말 좋아졌군요. 예전엔 정말 힘들었습니다. 런닝에 이름을 쓰놓아도 가져가더군요.

  7. 저녁노을 2009/06/18 10:14 address edit & del reply

    제자리에 두는 게 최고이지요.ㅎㅎㅎ
    재밌게 잘 보고 갑니다.

    좋은 날 되세요.

    • 세미예 2009/06/18 15:11 address edit & del

      요즘 이 블로그가 제자리를 못찾아 헤매고 있습니다. rss바꾼후 영 이상해져버렸습니다. 감사합니다.

  8. 무릉도원 2009/06/18 10:15 address edit & del reply

    위치이동이 아니라 엄연한 절도 아닌가요?....ㅎㅎ.....사실 물건이든 사람이든 제자리를 찾는 것이 아주 중요한 일인듯 합니다.....좋은 글 마음에 담아갑니다...세미예님 행복한 하루 되세요....*^*

    • 세미예 2009/06/18 15:10 address edit & del

      무릉도원님이야 워낙 신선처럼 멋있게 사시는 분이시니. 하지만 일부의 사람들은 길거리의 꽃마저도 위치이동을 시키더군요.

  9. 드자이너김군 2009/06/18 13:33 address edit & del reply

    제자리에 있는가라.. 김군도 나름 반성해 보아야 겠군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

    • 세미예 2009/06/18 15:09 address edit & del

      오셨군요. 예전의 군대시절 참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10. 윤태 2009/06/18 15:09 address edit & del reply

    갑자기 k 개그맨이 생각나네요
    벤츠...ㅠ.ㅠ

    • 세미예 2009/06/18 15:26 address edit & del

      윤태님, 잘 지내시죠. 그렇군요.

  11. 하수 2009/06/18 17:08 address edit & del reply

    ㅎㅎ 전 제 위치 지키러 딸내미 데리러 갑니다.^^

    • 세미예 2009/06/18 22:32 address edit & del

      그렇군요. 웃고있습니다.

  12. 나림아빠 2009/06/18 18:11 address edit & del reply

    네... 옳으신 말씀입니다...
    도덕과 법의 기준이 군대라고 다를리 없건만...

    한편으로는 말도안되는 봉급과 군수품으로 군대를 유지하는
    그 누군가도 공범이 아닐까 싶네요...

    • 세미예 2009/06/18 22:32 address edit & del

      당시 참으로 군대는 열악했고 무자비했고 말도 안되는 그런 사회였습니다.

  13. 달려라꼴찌 2009/06/18 18:47 address edit & del reply

    위치이동이란 말은 처음 듣는 생소한 용어군요.
    정말 한편의 개그같다는..^^;;;;

    • 세미예 2009/06/18 22:31 address edit & del

      군대시절 온통 위치이동을 시킵니다. 속옷이나 물통, 각종 보급품 모두 같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14. 냉이 2009/06/18 20:19 address edit & del reply

    저도 위치이동 첨듣는 단어에요
    군대는 참 재미있는곳이네요. 위치이동이라...^^;
    저도 한 개그맨이 생각나네요.

    • 세미예 2009/06/18 22:31 address edit & del

      살짝 남의 것을 가져다가 자기 자리에 갖다 놓는 것이죠. 보급품이 모두 같기 때문에 군대는 그렇게 하곤 했습니다.

  15. 2009/06/19 08:00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16. 검도쉐프 2009/06/19 08:09 address edit & del reply

    위치이동이라~ ㅎㅎ
    전 제자리에 있는건지 한번 돌이켜 보는 기회로 삼고 갑니다.
    모든게 자기자리 찾을때 세상이 더 잘돌아가고, 아름다워지겠군요.

    • 세미예 2009/06/19 13:57 address edit & del

      감사합니다.

  17. 오호라 2009/06/19 13:50 address edit & del reply

    눈가리고 아웅..나쁜 버릇의 시작이죠. 엄연한 절도를 위치이동.. 남에게 폐끼치는 게 나쁜 거라는 걸 모르는 사람들도 아니고. 참.

    • 세미예 2009/06/19 13:57 address edit & del

      그러게 말입니다. 당시엔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려고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했습니다.